시스템 기획 전, 기능 정리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게임을 처음 만들 때
곧바로 시스템 기획을 할 수는 없다.
처음에는 게임에 필요한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시스템 기능 정리는 게임에 필요한 기능들을
열거하는 작업으로,
시스템에 대해 생각하기 전에 게임의 얼개를
작성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에 필요한 기능이 모두 동일하다면 이런
기능 정리 작업은 필요 없겠지만,
안타깝게도 카피 게임이 아닌 이상, 각각의
게임마다 가지는 기능들이 다 다르며,
자신이 만들 게임 시스템 기능 정리를 위해
게임에 필요한 기능을 찾아내는 일을 해야 한다.
게임에 필요한 기능들을 도출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성질에 따라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으며,
게임 개발 조직마다 정도가 다를 수는 있지만
보통 이 방법들을 사용한다.
- 게임 방향성을 바탕으로 한 기능 정리
- 벤치마킹을 통한 기능 정리
- 주관에 따른 기능 정리
이 장은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처음부터
게임을 만드는 경우를 상정하고
필요한 기능들을 찾아내는 방법들을 설명하고
있지만,
이미 존재하는 게임에 시스템을 추가하는
경우에도 큰 차이는 없다.
전체 게임 단위에서 기능 정리를 할 것인지,
아니면 특정 시스템과 같은 작은 범위에서
기능 정리를 할 것인지 차이가 있는 수준이다.
다루어야 할 범위가 좁으면 추가하고자 하는
시스템이나 기능이 비교적 명확하기 때문에,
바로 구체적인 기능 정리 작업을 할 수 있으며
작업량도 많지 않다.
시스템 기획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을 때,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춰
기능 정리 방법들을 사용해 현재 필요한
기능들을 잘 찾으면 된다.
방향성을 바탕으로 한 기능 정리
보통 게임 개발은 핵심 아이디어나 방향성이
제안됨으로써 시작된다.
어느 정도 게임이 만들어진 뒤에 시스템을
추가하는 경우나,
확장팩이나 업데이트 등을 통해 시스템을
추가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따라서 기능을 방향성으로부터 찾아내는 작업은
다른 기능 정리 방법보다 먼저 수행하게 되며,
여기서 정리된 기능을 기반으로, 다른 기능 정리
방법들을 사용한다.
방향성은 게임의 특징을 요약해 표현하기 때문에,
방향성이 정해지는 것만으로도 게임에 필요한
기능들을 많이 도출할 수 있다.
또한 게임을 개발할 때 중점을 둘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에 대한 윤곽도 드러난다.
<위쳐 3>를 예로, 방향성으로부터 기능을 정리하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자.
<위쳐 3>의 게임 방향성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위쳐 3>의 개발 방향성
1. 판타지 팬들의 염원을 구현한 RPG
2. 놀랍고 거대한 오픈 월드의 위대한 모험
3. 충격적인 비주얼에 비병렬적인 구조이면서 아름답고 다채로운 세상
4. 다양한 풍경과 문화, 인종으로 구성되는 다양한 지역
5. 오픈 월드에서 선택으로 인해 달라지는, 3부작을 통틀어 가장 매혹적인 스토리
2015년에 'GOTY(올해의 게임상)'를 가장 많이 받은
게임의 방향성 답지 않게 평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명 RPG 프렌차이즈의 타이틀을 떼고 생각해 보면,
'오픈 월드 RPG의 개발 방향성'으로서,
어느 기획자라도 비슷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정도로
평범하고 추상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방향성이 게임 개발에 주는 영향력은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문장이나 구절, 심지어 단어 하나하나에도 큰 무게가
실린다.
방향성은 게임 개발의 시작점으로서,
시스템 기획을 할 때도 방향성을 시발점으로 삼고,
기능을 정리하게 된다.
예시로 든 <위쳐 3>의 방향성을 하나씩 분석하면서
기능을 정리해 보겠다.
판타지 팬들의 염원을 구현현한 RPG
5개의 방향성 중에 이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는,
게임의 장르가 RPG라고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렇게 <위쳐 3>의 장르가 밝혀진 것만으로도
게임에 필요한 여러 가지 요소들을 찾아낼 수 있다.
RPG 장르의 게임은 보통 다양한 역할을 하는 캐릭터,
각종 캐릭터 성장 요소들, 게임 시나리오 등이 필요하다.
<위쳐>라는 프렌차이즈 게임에는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다양하게 등장하지는 않지만,
여러 기술들을 연마하여, 다양한 행동들을 할 수 있다.
또한 캐릭터의 성장과 그에 따른 다양한 혜택들을
얻을 수 있도록 했으며,
이 혜택들에는 착용할 수 있는 장비나 사용할 수 있는
기술 등이 있다.
'판타지 팬'들을 언급했기 때문에, 게임의 시나리오가
중세 판타지 배경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놀랍고 거대한 오픈 월드의 위대한 모험
게임에 등장하는 세계를 오픈 월드로 구성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레벨 디자인을 연속적으로 해야 한다.
거대한 세계를 만들겠다는 것은 유저의 기대치에
부합하도록 게임 세계를 크게 구성하겠다는 것이며,
이는 많은 콘텐츠 제작이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오픈 월드 게임 중에는 메인 시나리오 없이,
지역 시나리오만 가지는 것들도 있지만,
'위대한 모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메인 시나리오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오픈 월드이기 때문에 캐릭터의 동선을 예측하기
어렵고,
이에 스토리의 진행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위쳐 3>는 <위쳐> 프렌차이즈의 세 번째 작품으로,
확실한 인물과 그와 관련된 설정이 있기 때문에
스토리와 관련된 언급은 이정도로 하겠다.
충격적인 비주얼에 비 병렬적인 구조이면서 아름답고 다채로운 세상
이 방향성은 기획이나 개발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아트(그래픽)와 관련되어 있다.
게임 그래픽에 경쟁력을 두겠다는 디렉터의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기획적인 내용으로 분석할 것은 더 없기 때문에
이정도로 그친다.
다양한 풍경과 문화, 인종으로 구성되는 다양한 지역
앞서 분석한 방향성 중에 '거대한 오픈 월드'와
관련이 있는 내용이다.
풍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면 위화감이 느껴지기
때문에,
다양한 풍경을 자연스럽게 제공하려면, 오픈 월드를
거대하게 구성해야만 한다.
규모도 규모이지만, 다양한 풍경, 문화, 인종을 위해
방대하면서도 짜임새 있는 성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픈 월드에서 선택으로 인해 달라지는 스토리
유저의 선택지로 인해 스토리가 달라지는,
소위 자유도가 높은 게임은
일자형 스토리를 가진 게임보다 훨씬 복잡하고
개발 난이도가 높다.
완성도가 높은 자유도를 구현하려면 단순히
나레이션 대사만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유저가 할 수 있는 행동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
즉 캐릭터, 지형, 아이템 등의 게임 오브젝트들과
유저가 긴밀하게 상호작용 해야 한다.
오픈 월드에 구현환 3부작을 통틀어 가장 매혹적인 스토리
수준 높은 시나리오와 스토리텔링 기법을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더 다양하고 매력적인 캐릭터와 사건들,
앞서 밝힌 자유도 높은 분기형 스토리를 통해
이를 달성하려고 하고 있다.
이런 짤막한 5줄의 방향성이 게임에 대해
굉장히 많은 내용을 설명해주고 있다.
참고로 '장르'가 함축하고 있는 내용은 따로
설명하지 않았으며,
RPG 프렌차이즈로서의 특징들 또한 설명에서
생략되었기 때문에
사실상 더 많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제 방향성 분석과 위쳐 프렌차이즈에 대한
배경 지식을 토대로,
기획자 입장에서의 <위쳐 3>에 필요한 기능을
정리해보도록 하자.
전작에 있는 시스템 계승
전작에 있었던 시스템 중에 변경되거나
개선되면서
<위쳐 3>의 핵심 요소라 여긴 것이 있었다면
아마 방향성에서 소개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별다른 언급이 없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전반적인 시스템을 계승하겠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즉 RPG로서 <위쳐> 프렌차이즈가 가지고 있었던
시스템들을 대부분을 그대로 계승한다고 보면 된다.
핵심 시스템은 전작에서 가져와 문제점을
수정하고,
더 풍성하게 개선하는 정도로 사용하겠다는
의미다.
실제 발매된 <위쳐 3>를 보면 큰 맥락에서
캐릭터, 전투 등은 전작과 비슷했다.
게임을 처음부터 만들게 되면 기능 정리에
애를 먹지만,
<위쳐 3>는 전작부터 쌓아온 기획과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기능 정리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오픈 월드와 그에 맞는 분기 스토리 강조
<위쳐 3>의; 방향성에 오픈 월드라는 단어가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는 것만 봐도
이를 전작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기능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여기에 더 나아가, 분기가 있는 스토리를
오픈 월드에 적용하겠다고 했으니
달성해야 할 목표의 난이도가 굉장히 높다.
이를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단 피카레스크식의 스토리텔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즉 주인공이 다양한 지역을 돌면서 각각의
지역에서 일어나는 이벤트르 처리하고,
궁극적으로는 그것들이 모여서 최종 이야기로
넘어가는 방식이다.
하지만 게임은 소설이나 영화와 달리, 유저가
직접 스토리를 진행하기 때문에
어떤 순서로 스토리가 진행될지 알 수 없으며,
유저에게 많은 자유도가 주어지는 오픈 월드
세계에서는 스토리 진행이 더욱 어렵다.
껍데기만 있는 오픈 월드 분기 스토리가 되지
않게 하려면,
게임의 맥락을 결정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시스템들이 많이 필요하다.
어디까지 상호작용하게 할 것인지,
단순한 선택지의 분기에 따라 맥락을 바꿀
것인지,
모든 행동을 반영할 것인지,
아니먼 어떤 행동까지를 반영할 것인지 등
정해야 할 것이 많다.
예를 들어, 3일 이상 씻지 않아 악취로 인해
마을 사람들이 유저 캐릭터를 기피하게끔 하려면,
잠을 자거나, 씻는 행동을 맥락에 반영해야
한다.
악취가 주변의 몬스터들을 주인공에게
유인한다면, 냄새가 맥락에 반영된 것이다.
악취를 풍기게 되는 맥락은 또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맥락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정리하고, 이를
게임 구성요소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위쳐 3>에서는 중요 시나리오의 분기를
맥락에 반영해,
마을의 상황을 변화시키거나 NPC 등의 존재
여부를 결정하였고,
아쉽지만 부차 시나리오나 소소한 행동들로
인한 맥락 분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방향성을 통해 기능들을
찾아내는 방법은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기본적인 기능을
찾기에 적합하다.
다만 방향성을 바탕으로 도출한 기능들은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추상적인 내용이 많으며,
다른 게임을 통해 익숙한 기능이나 시스템을
사용하게 되는 경우에는
장르와 같은 형태로 함축되어 표현되기도 한다.
따라서 기능을 확실하게 도출했다기 보다는
시스템 기획의 첫 걸음을 땠다는 것에 의의를
두어야 한다.
추상적이든 구체적이든, 여기서 도출된 기능들은
구체적인 기능을 찾아낼 때의 기반 자료로 사용된다.
참고 및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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